건축적 편견 ep.1 정형 vs 비정형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서울시 서초구의 가로수
교통표지판과 신호등, cctv등을 가린다는 이유로 다듬어졌다.

‘네모의 꿈’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만지고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90도로 모나있는 사각형이다. 핸드폰, 모니터 뿐만 아니라 일부 동네는 길가의 가로수까지도 모나다.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가 위치한 1공학관을 포함한 많은 건물과 자재들도 일정한 규격을 가진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면에 대한 어떠한 취향도 없었던 신입생 때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1학년 설계를 보니까 참 독특하다.
나한텐 곡선은커녕 사선도 큰 도전이야”

당시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사선도 큰 도전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사선 긋기란 모난 것들로 이루어진 기존의 세상에 들어맞기 위해 해결해야 할 변수를 스스로 만드는 일이었나 보다.




서울 중구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전시 혹은 답사를 통해 실제 공간에 가보거나 건축물 이미지를 접하면서 각 잡히고 차분한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단순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사각형의 다이나믹함을 마주하면서 사선 긋기의 불편함을 공감하게 되었다.

건축은 공간을 담아내는 구조물이고 그림을 담는 캔버스, 물건을 담는 상자, 글을 담는 책은 모두 내용물에 집중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무채색의 도형, 사각형을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공간을 위해 정형의 건축은 나서지 않고 비켜 서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형 설계를 지향했고 이것이 효율적이고 ‘괜찮은 설계방법’이라는 생각을 죽 해왔다.

설계를 완성해가면서 중간, 기말 크리틱 때 다른 사람의 작품을 세세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잘 짜여진 평면을 만들기보단 객관적인 시선으로 타인의 작품을 관찰하는데 집중했다. 자료조사를 하는 것처럼 이미지만 휙휙 보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생각 자체를 열심히 보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자신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설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보고 듣게 되었다.

비율로 만들 수 없는 비정형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스케치를 하면서 공들여 완성한 공간을 보았다.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수준까지 건물의 디테일을 고민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타인의 작품에서 보게 된 비정형 건축이 가진 형태적 파격성은 설득력이 있었고, 그 순간 비정형이든 정형이든 각자의 최선이 담긴 재미있는 작업물로만 보였다.




비정형이 정리되지 않은 평면의 핑곗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들이 모여서 무채색의 도형을 대신해 건물에 채도를 더했고, 단순한 형태적 실험을 넘어 현실에선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효율적이고 괜찮은 설계방법만 믿고 그리는 모난 도면을 되돌아보며,
‘도면은 설계의 일부일 뿐인데 과하게 몰입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형의 도면에 머물게 했던 편견 하나와 마주했다.

편견을 가지는 순간,
정답이 없는 일에 답을 부여하게 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이런 경계심을 가지고 학습하며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학부 설계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발상을 끄집어내고, 하고자 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초반에 언급했던 사선긋기를 할 수 있는 용기에서 창의성이 시작할지도 모른다.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우리 모두가 편견을 덜어내고,
다양한 ‘유형’의 건물에 ‘무형’의 설계를 해나가기를 응원한다.

ep.0 프롤로그
ep.1 정형 vs 비정형
ep.2
ep.3

< 건축적 편견 > 시리즈



credit

글/편집
skkusoa ‘S’tory
장소희 Sohee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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